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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으로

나는 대학 졸업 이후 평생 비슷한 일을 해왔다. 그게 좋았고, 잘했고, 그리고 그것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.

그렇게 나이 40 가까이 살다가, 경기 불안과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백수가 된지 벌써 근 2년에 접어든다.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말하는 이 짧은 시기에, 인생의 굵직한 일들이 몇개는 겹쳐있다. 공개된 블로그이다 보니 일일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.

사람이 죽을뻔한 사고라도 크게 나지 않으면 그 심지가 바뀔일은 없지만, 잔잔한 고난을 겪다보면 한번쯤 뒤돌아볼 일은 생긴다. 중년의 위기가 오기엔 좀 이른것 같지만, 예전같으면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 것을, 전혀 다른 방향이 있는가 한번은 떠올리게 됐다.

그러다 떠올린게 근 수십년간 가보지 않은 고향집이 생각났다. 초등학생 까지는 인근 작은 학교를 다니다가, 중학교를 시내로 가게 되면서 그 이후에는 이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. 다른 가족들도 생애주기에 따라 이곳 저곳으로 흩뿌려져서, 이 집은 방치된지 꽤 되어버린 집이다. 그러나 가족 모두의 가슴에는 이곳이야 말로 고향으로 인식하고 있다.

물리적으로 사라진건 아닌데, 너무 오래 방치되다 보니 거의 숲처럼 되어 있어서 일반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. 어떻게든 무성한 숲을 뚫고 들어가본 옛 집의 담벼락은 무너져 있고, 차가 드나들 수 있는 길은 모두 덩굴과 대나무가 잡아먹었다. 모두의 마음에 애틋하게 남아는 있지만, 다시 마주하기엔 버려두고 간 것이 죄스럽고, 고통스러운 고향이었다.

이 땅을 다시 살려서 뭔가 해볼만한게 있을까 생각했다.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PLC 나 IoT 를 이용해 소위 말하는 스마트팜 같은 솔루션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로도 쓸수 있을것 같았다. 농부의 소질은 전혀 없어서 직접 농사지어 수익을 내기엔 자신이 없지만, 광부들에게 삽을 파는 일은 해볼수 있지 않을까?

AI 가 시장에 들어온지 채 몇년 되지 않았지만, 벌써 Agent 개념으로 필요한 인력이 상당히 줄어든 상태이고, 공장에 로봇 들어오는 정도와 비교도 할 수 없을정도로 효율화가 이루어지고 있다. 어느날 갑자기 이 분야가 멸망하지는 않고, 다만 어느날부터 필요한 인력풀이 줄어드는 식으로 고사될 것이다. 냉정하게 말하면 그 안에서 내가 오래 살아남기는 쉽지 않을것이다. 40대에 바짝 일해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방법이지만, 미래를 대비할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.

붕 뜬 희망과, 아무런 계획도 없이, 그래서 나는 다시 시골로 돌아왔다.